1차투표서 역대 최다 득표 압승… 평창, 63표로 유치전 승리하기까지
2년전 지지표 20표 뿐일 때 이건희 회장 가세, 큰힘 보태
올 5월 김연아 PT로 역전 후 위원 성향 7가지로 나눠 공략… 유럽표의 절반 이상 얻는 등 모든 대륙서 고른 지지 획득
평창은 남아공 더반에서 열린 2018 동계올림픽 개최지 투표 1차 투표에서 유효표 95표 가운데 무려 66.3%에 해당하는 63표를 얻었다. 2위인 독일 뮌헨(25표)에 38표나 앞섰다. 평창의 63표는 역대 IOC 올림픽 개최지 투표 사상 1차 투표 최다 득표 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미국 솔트레이크시티가 2002 동계대회를 유치할 때 얻은 54표였다. 외신들이 "IOC가 제대로 된 선택을 했다"고 평가할 만큼 압승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압승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목표의 최대치 이뤄냈다
유치전 초반 뮌헨에 뒤졌던 평창은 2009년 11월 이명박 대통령이 현장을 방문해 "반드시 유치에 성공하자"고 선언했고, 연말에 삼성 이건희 회장을 특별사면시키면서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당시만 해도 평창의 지지표는 20표를 오르내렸다. 하지만 이후 탄력을 받으며 뮌헨과의 격차를 좁혔다.
역전 조짐이 일어난 것은 2월 현장실사를 거치면서다. 평창은 4월 런던 스포트 어코드, 5월 로잔 브리핑 PT를 통해 전세를 역전시켰다. 유치단은 피겨 요정 김연아를 5월 로잔 브리핑에 참가시키며 승기를 잡았다.
끝까지 신중을 기하던 유치위는 투표 이틀 전인 지난 4일 승리를 확신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자체 분석을 통해 평창의 득표 수를 48~64표로 예상했다. 유효표가 95표로 줄어든 가운데 평창이 63표를 얻었다는 것은 목표의 최대치를 이뤄냈다는 얘기다.
- ▲ 2018 동계올림픽 개최지가 평창으로 확정된 7일 새벽(한국 시각)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의 리버사이드호텔에 모여 있던 한국 교민들과 강원도 서포터스들이‘아프리카 어린이를 돕는 모임’소속 현지 풍물단의 장단에 맞춰 신명나게 춤을 추며 즐거워하고 있다. /최순호 기자 choish@chosun.com
유치위는 두 번의 뼈아픈 역전패를 거울삼아 IOC 위원들의 성향을 더욱 주도면밀하게 분석했다. 과거 세 가지(아군·적군·부동표)로 나뉘었던 것을 7가지로 분류했다. 일단 세 도시별 지지 성향에 따라 ▲확실 ▲우호 등 2가지로 나눴고, 부동표를 포함해 7단계로 분류했다. 유치위는 일단 평창에 우호적인 IOC 위원들을 수시로 체크했고, 상대 도시에 우호적인 IOC 위원들과 부동표 공략에 총력을 다했다. 이건희 IOC 위원, 조양호 유치위원장, 박용성 대한체육회장, 김진선 특임대사가 전 세계를 돌며 수집한 정보를 공유하며 공략 대상을 조율했다.
◆대륙별로 고른 지지
평창은 앞선 두 차례 유치 도전 때와는 달리 이번에 유럽 유효표 40표 중 절반 이상의 지지표를 얻었다. 2020 하계올림픽 개최를 염두에 뒀거나 독일 출신인 토마스 바흐 IOC 수석부위원장의 강한 영향력에 거부감을 나타낸 유럽 IOC 위원들이 독일에 등을 돌렸다. 특히 프랑스 안시가 유치전에서 아예 경쟁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IOC 위원들이 처음부터 평창 쪽에 표를 던진 것으로 분석됐다.
◆아(亞)·아(阿)가 돌아왔다
한 유치위 관계자는 "OCA(아시아스포츠평의회)가 오랜만에 한목소리를 냈다"며 "중국도 우리의 큰 힘이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투표 전날 OCA 국가 위원들이 모여 "이번엔 아시아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리도록 하자"고 뜻을 모았다는 후문이다.
복싱·태권도 등 국내와 마찰을 빚어 '반한파'로 분류됐던 대만 우칭궈, 태국 낫 인드라파나 위원도 우리 관계자들의 '삼고초려(三顧草廬)' 작전 덕분에 마음을 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평창이 내건 '새로운 지평' 슬로건에 가장 큰 인상을 받은 아프리카 IOC 위원들은 토고에서 열린 ANOCA(아프리카올림픽위원회연합) 총회에서 평창의 프레젠테이션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프레젠테이션의 힘
유치대표단은 막판 부동표를 5%(4~5명) 정도로 예상했다. 이 표는 이명박 대통령, 김연아, 토비 도슨을 앞세운 평창의 프레젠테이션으로 흡수했다. 뮌헨·안시와 비교해 PT의 수준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훌륭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토비 도슨이 전달한 메시지는 평창이 내건 슬로건의 의미를 IOC 위원들에게 명확하게 전달해 IOC 위원들의 마음을 꼭 붙잡았다.
올림픽 전문 사이트 'ATR(어라운더링스)'는 PT에 대해 자체 평점으로 평창 9점, 뮌헨 7점, 안시 5점을 줬다.
◆약속을 지킨 평창에 대한 신뢰
오지철 유치위 부위원장은 "밴쿠버올림픽에서 김연아가 피겨, 모태범·이승훈·이상화가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을 따낸 것도 득표에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을 '쇼트트랙 편식' 국가로 평가절하했던 IOC 위원들의 평가가 밴쿠버올림픽 이후 달라졌다. 동계 유치 신청 후 빙상 종목을 육성하겠다는 약속을 지킨 한국이 비동계 스포츠권 국가의 모범이 될 수 있는 자격과 의지를 지녔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