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스크랩] 국내 첫 AI 백신개발자의 한숨, "왜 열심히하려는 사람 안 도와주나요?"

김영식구본능하늘 2016. 2. 19. 10:39

지난 10월7일 오랫만에 기분좋은 소식이 들어왔다. 국내 첫 '고병원성 조류독감(H5N1 AI)'에 대한 인체백신 개발 성공. 이는 여러모로 큰 의미가 있는 쾌거이다.

 

고병원성 조류독감이 무엇인가? 세계 보건기구 통계에 따르면 387명이 감염돼 이 중 245명이 사망한 바 있는 맹독성 바이러스이다. 장차 사람에게 전염성이 있는 슈퍼독감이 출현할 경우 수천만명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는 질병이다. 이에 대한 백신개발은 그동안 미국 등 선진국의 독무대였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타미플루'라는 저병원성 독감백신 수입에 의존했는데, 이미 학계에서는 이게 '효과없음' 쪽으로 기울었다. 이런 현실에서 인간과 가장 유사한 증세를 보인다는 족제비 검증실험을 통해 세계에서 4번째, 국내 첫번째로 국내 연구진이 백신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쾌거를 이룬 백신 개발 과학자를 취재하던 도중 의외의 말을 듣게되었다.

"사실 국내 지원은 거의 없었습니다. 왜 우리나라는 열심히 하려는 사람을 도와주지않나요?"

 

대학원생 3명과 함께 휴일, 명절 모두 반납하고 백신개발에 몰두해온 충남대학교 수의과 대학 서상희 교수의 말이었다.

  '정작 인력과 시설, 바이러스를 확보한 연구팀에게는 지원이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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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희 교수는 경북대 수의대를 졸업한 뒤 10년간의 미국 유학생활을 통해 바이러스 면역학을 연구했다. 특히 미국에서 조류독감 백신관련 연구만 4년을 해온 이 분야 전문가이다. 귀국해 충남대 수의대 교수가 된 뒤 그는 대학원생들과 함께 고병원성 조류독감 백신개발에 몰두해왔다. 그의 연구실은 일요일 오전만 잠시 쉴 뿐 처음부터 휴일도 명절도 없이 월화수목금금금 체제로 돌아갔다. 그래야만 선진국과의 백신경쟁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게 동물실험인데 족제비한테 물기기도 합니다. 더구나 인체에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매일 다루기 때문에 저희 역시 수시로 백신을 맞고, 외부와 차단된 특수시설(BSL-3 시설)안에 한번 들어가면 웬만해선 나오지 않기 때문에 숨을 할딱거리면서 실험하기 다반사였죠. 저희는 명절도 없고 휴일도 없습니다. 그래야만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있거든요." - 충남대 수의대 서상희 교수, 2008.10.9 

 

그의 실험실은 논문 잘 쓰기로도 유명하다. 지난 7월 초 바이러스 연구분야에서 가장 권위있는 미국 바이러스 학회에서는 서 교수팀 대학원생 2명(김윤희, 황선도 연구원)에게 '우수 논문상' 수여를 결정하기도 했다. 더구나 그들이 잡고있는 테마가 무엇인가? 해마다 전 세계와 특히 우리나라를 강타하는 조류독감에 대한 백신개발 아닌가? 처음에는 이들에게 국내 지원이 거의 없었다는 말이 거짓말처럼 들렸다. 그런데 사실이었다. 우리 과학계 풍토가 열심히 하는 것과 지원많이 받는 것은 별개라는 것이다.

 

 "백신연구로 성과를 내려면 3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우선 바이러스를 확보해야 하고, 필요한 시설이 있어야 하고 실제 이 분야를 전공한 전문가. 저희는 미국 정부로부터 바이러스를 받아 연구합니다. BLS-3 시설도 있고...저처럼 미국에서 이 분야 연구하고 돌아온 전문가들이 국내에는 딱 2~3명 계세요. 그런데 그 분들도 저하고 똑같은 입장입니다. 실제 성과를 낼 수 있는 전문가들에게 국내 지원이 안가고 있어요. 안 믿기시죠? 아마 국회의원들도 안믿으실 겁니다. 분명히 조류독감 백신개발 연구분야에 연구비가 책정돼 나가는데..." 

 

 조류독감 백신개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너도 나도 백신개발에 뛰어들고 이에 대한 정부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이게 부처별로 따로 따로 진행되며 통합관리가 되지 않다보니 정작 필요한 시설과 인력을 갖춘 연구팀에게 가야할 지원이 구색갖추기 식으로 이곳 저곳 분산돼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공직사회의 관료주의도 문제였다.

'사랑하는 나의 공무원 제자들아, 법이 허용하는 한 국가 연구발전을 도와주길 바란다' 

서 교수는 백신개발에 꼭 필요한 연구시설을 마련하면서 기막힌 경험을 했다.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이 시설이야말로 장차 대한민국을 조류독감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중요한 시설이라고 설득한 끝에 첨단연구시설인 BSL-3(3등급 생물안전 밀폐시설) 준공에 성공했지만, 정작 질병관리본부로부터 허가를 받기까지는 1년 9개월이라는 시간이 소모됐다. 2006년 10월에 시설을 설치한 뒤 2008년 7월4일에야 완전한 허가를 받은 것이다. 그 사이 현장실사를 나온 공무원들의 차가운 말 한마디 한마디에 비위를 맞추는게 너무 힘들었다는 서교수, 공사비용을 줄이기위해 일을 하던 대학원생이 손을 다쳐 치료받던 모습이 못내 가슴아팠다고 한다. 애타는 마음으로 허가를 기다리던 지난 6월, 서 교수는 공무원이 된 제자들에게 자신의 미니홈피를 통해 이런 편지를 썼다.

 

서상희교수.jpg "사랑하는 나의 공무원 제자들아

 2006년 10월 고병원성  H5N1 인체백신 국산화의 길을 열기 위한 시설인  BSL-3 시설을 완공한 후 허가를 받기위해 수차례 질병관리본부 담당 공무원의 실사를 받아 가며, 허가를 받을 수 있다기에 시킨대로 보강하고,  심지어 업자들이 돈을 많이 요구하니까 비용을 줄이기위해  대학원 후배들이 노역을 하다가 손을 다쳐 실험실 emergency kit로 치료하는 모습을 보며 너무나 마음이 아팠단다.

 

 솔직히 담당공무원의 말 한마디가 무섭고, 실사를 올때의 무표정한 모습에 비위를 맞추는 것도 너무나 힘들었단다.  선진국에 의존하는 고병원성 H5N1 AI의 인체백신의 국산화를 위한 사명감에 BSL-3 시설에 대한 평생 처음 허가를 받아 보면서 담당공무원의 관료주의를 절실히 느꼈다.

 

 솔직히 담당공무원이 무서웠다.

 

 사랑하는 나의 공무원 제자들아, 이 지도교수를 위해서라도 민원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법이 허용하는한 도와 주어 국가 산업 및 연구발전에 기여하도록 도와 주기를 간곡히 부탁한다.

 

 곧 고병원성 H5N1 AI에 대한 인체백신 개발에 미쳐서 일하게 될 수 있기를 바래보며, 하늘이 도와 주었으면 좋겠다.  2008년 6월 26일 지도 교수 서 상희" - 서상희 교수 충남대학교 미니홈페이지에서    

 

만일 과학자들이 그렇게 염원하던 특수연구시설 허가가 더 빨리 날 수 있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런데 관료주의의 벽은 시설허가 뿐만이 아니다. 백신개발에 필요한 바이러스를 확보하는 것도 서교수팀에게는 큰 일이다. 정작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는 얼마든지 연구하라며 조류독감 관련 바이러스를 연구팀에게 보내주는데, 코앞의 대한민국 관료사회는 국내 바이러스를 요구해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제만 해도 제가 연구성과를 이야기하니까 미국 정부나 WHO측에서는 얼마든지 필요한 바이러스를 보내주겠다고 약속을 하더군요. 그런데 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에서는 저희에게 필요한 국내 바이러스를 웬일인지 잘 안줘요. 저희 시설이나 인력정도면 그거갖고 연구하면 좋은 백신 많이 나올 수 있거든요. 그런데 웬일인지 태평양 건너 미국보다도 더 협조를 안해줍니다." - 충남대 서상희 교수, 2008.10.9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생명, 저희는 끝까지 연구할 겁니다.'

 

인터뷰 직전에도 서상희 교수팀은 모두 유행성 독감백신을 맞고 실험에 들어갔다. 매일 매일 가장 위험한 독감바이러스에 노출돼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백신효능을 검증하기 위해 이 바이러스를 일부러 주입한 족제비를 매일 다룬다. 족제비에게 물리는게 다반사니 어쩌면 생명을 걸고 연구하는 셈이다. 하지만 실험실 내 유전자 재조합 작업만으로는 백신의 효능을 제대로 검증할 수 없어 세계 유수의 연구팀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가장 어렵게 여기는 부분이 바로 이 '동물실험'이라고 한다. 어쩌면 수의대가 인체백신 개발에서 더 많은 성과를 얻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수의사가 의사도 아니면서 무슨 인체백신을 개발해?'라는 핀잔을 듣기 딱 좋은 분위기가 형성돼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국민의 생명, 더 나아가서 저희가 연구한 것이 만약에 조류독감이 창궐했을 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저희의 목적이고요, 더 나아가서 저희들이 더 좋은 백신을 개발하면 선진국과의 특허전쟁,  더 나아가서 우리 국부를 창출하는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저희는 그런 신념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만약에 슈퍼독감이 왔을 때 지원 못받아서 성과 못냈다라고 한다면 저희도 똑같은 사람 돼는것 아닙니까? 그래서 저희는 누구보다 열심히 하고자 합니다. 열심히.."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고 한다. 아마도 그들은 이 말을 철썩같이 믿고 그 외로운 길을 스스로 도와나섰는지 모른다. 이제 우리가 그들을 도울 때 아닌가? 그럴만한 과학적 성과와 열정이 그들에게 있지 않느냐 말이다.

  '선배 말을 듣고나니 어떤 분이 생각나는데요?'

취재를 마친 뒤 후배 피디에게 이야기를 해줬다. 그랬더니 대뜸 이 말을 한다. '에효..어떤 분이 생각나네요..'

 

그러게 말이다. 하루 4시간도 못자며 연구를 해오다가 자신들이 하지도 않은 바꿔치기 범죄행각까지 홀라당 다 뒤집어쓴 채 벌써 3년 째 죽일 놈 아닌 죽일 놈이 되어 연구기회조차 잡지못하는 바로 그 연구자들 말이다. 지금도 황우석 팀에게 연구기회를 주자고 하면 우리나라 과학자들은 눈을 부라리며 연구윤리가 어쩌구 나라망신이 어쩌구 한다. 그렇게 윤리적인 분들이 왜 해외에서 팡팡 터지는 국내 과학자들의 '논문 표절'에 대해서는 그렇게도 관대할까?

 

    세상에 4시간이상 자지 않는 사기꾼 보셨습니까?
     왜 4시간이냐구요? 왜냐 제가 그랩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교수님께서 밤에 12시에 수의대에 오셔서 일을 보시고 들어가시고 다음날 새벽에 오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가시다 오시다 빼기 한시간,,,,, 그리고 해서 뭐 4시간은 덜될지 모르지만 샤워하고.....

     그러면 실제로 주무시는 시간은 4시간이 안된다고 사료됩니다.  
     매일 그렇게 지내시는 분이 사기를 치면서 그럴일이 뭐가 있어요....

     더이상 자세한건은 제가 모르는 일이라서 드릴 말씀이 없고

     다만 사기꾼중에서 4시간 이상 자는 놈있으면 제발좀 나와봐라 하는거지요.

      이건 저의 예감이고 믿음입니다만 조만간 여러분들이 보시고 싶으신것,

      그리고 제가 보고싶은것을 보실날이 올거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참고로 저는 이 모든 일에 대해서 아무런 이익관계에 있지 않고 다만 황교수님의 제자로서 말씀을 올리는 바입니다. 
   

                                                             - 아이러브황우석 게시물 중 똥글아빠 '황교수님의 제자입니다' 2008.6.22

 

 열심히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눈에서 기쁨의 눈물보다는 회한의 한숨과 피눈물이 나오게 하는 사회라면 노벨상을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국회의원들은 "왜 노벨상 못받느냐"라고 과학자들을 질책하기 이전에, 현장 과학자들을 둘러싼 연구지원 시스템은 과연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연구의 질적 평가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정책은 무엇이 있는지 꼼꼼히 따져볼 일이다.

 

대한민국 이공계 노벨상은 과학자들의 몫보다는 정치가와 행정관료들의 몫이 훨씬 크다는 생각이 든다. 

출처 : 시골피디저널리즘
글쓴이 : 시골피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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