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없는 남미 부족을 위한 '한글표기법' 나왔다
서울대 아이마라어 연구단 3년만에 완성…"한글 세계화 기여"
아이마라어 등 5개 언어 '한글입력기' 개발 후속연구 착수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말은 있지만 문자가 없는 남아메리카 토착부족 '아이마라 부족'을 위한 아이마라어 한글표기법이 3년여의 연구 끝에 완성됐다.
연구를 진행한 서울대 아이마라어 연구단은 이 부족이 실생활에서 한글표기법을 활용할 수 있도록 컴퓨터·모바일 기기용 한글입력기를 개발하는 후속 연구에도 착수했다.
서울대 권재일 언어학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단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2012년 아이마라어 조사·연구 및 한글표기법 개발을 시작해 3년여만인 지난 8월 해당 언어에 맞는 한글 자·모음을 모두 완성했다고 8일 밝혔다.
약 300만명으로 추정되는 아이마라족은 볼리비아, 페루, 칠레 등지에 살고 있다. 특히 볼리비아에서는 케추아족 다음으로 많은 부족이며 현재 볼리비아 대통령이 이 부족 출신이다.
아이마라 부족
이들 부족 고유어인 아이마라어는 말은 있지만 문자가 없어 스페인어를 빌려 표기한다.
그러나 연구단은 아이마라어의 어순이나 문법 등 언어 구조가 우리말과 상당히 비슷해 한글표기법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예컨대 'B(유성음):P(무성음)'가 2항 대립하는 영어와 달리 우리말은 'ㅂ(유성음):ㅍ(무성음):ㅃ(유기음)'이 3항 대립하는 구조인데 아이마라어도 우리와 같다.
연구단은 2013, 2014, 2015년 세차례에 걸친 현지조사 등을 통해 약 2천600개의 어휘항목에 대한 음성자료를 확보했고, 이를 토대로 아이마라어의 음운, 어휘, 문법 구조를 조사했다.
그 결과 단모음은 'ㅏ', 'ㅜ', 'ㅣ'로 모두 표현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모음은 단모음을 겹쳐 쓰는('ㅏㅏ', 'ㅜㅜ', 'ㅣㅣ') 방식으로 해결했다.
아이마라어 한글표기법
자음은 우리말보다 복잡해 새로운 음운부호를 만들어야 했다.
예컨대 우리말로는 'ㄱ'에 해당하지만 목 속 깊은 곳에서 내는 소리가 나는 음(알파벳 발음기호 'q')은 우리말의 'ㅇ'을 차용해서 쓰고, 'r'과 'l'처럼 우리보다 세분화된 발음은 'ㄹ'과 'ㄹㄹ'로 표기했다. 아이마라어에는 우리 말의 'ㅇ' 발음을 쓰는 말이 없다.
'n'을 구개음화(혓바닥과 센입천장 사이에서 나는 소리)한 음은 'ㄴ' 아래 '·'을 찍어 새로운 부호를 만들었다.
또 아이마라어는 자음이 많아 한글처럼 모아쓰기를 하면 받침이 최대 7개까지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풀어쓰는(예시: 한→ㅎㅏㄴ) 방식을 택했다.
연구단은 지난 2월 볼리비아 산안드레스국립대에서 학술회의를 열고 한글표기법을 발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권재일 서울대 교수
다만, 한글표기법의 무리한 보급은 현지인의 거부감을 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홍보 활동은 자제하기로 했다.
대신 연구단은 지난 9월부터 인터넷이나 모바일 기기를 위한 아이마라어 한글입력기를 만드는 신규 연구에 들어갔다.
이를테면 스마트폰에 한글표기법을 이용해 아이마라어를 쓸 수 있는 기능을 넣어 기존의 스페인어 입력기와 한글입력기 중 선택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지원으로 새롭게 진행되는 이 프로젝트는 정보통신(IT)·컴퓨터 언어 전문가들과 함께 아이마라어뿐 아니라 중국어, 찌아찌아어 등 5개 언어의 한글입력기를 공동 개발한다.
권 교수는 "아이마라어의 한글표기법 개발은 한글과 한국 문화의 세계화에 기여하고 언어를 매개로 한 동질 문화권을 형성해 신규시장을 창출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볼리비아 대통령 고향 부족에 한글표기법 수출
조선일보 양지호 기자
[오늘 569돌 한글날]
인구 300만 아이마라족에 서울대 권재일 교수팀 보급
한글 자·모음 풀어쓰기 방식
'ㅜㅏㄹㄹㅏㅜㅏㄹㄹㅏ(와라와라·별)' 'ㅏㅣㅈㅏ(아이자·고기)' 'ㅅㅜㄷㅣ(수디·이름)'
말은 있지만 문자가 없어 스페인어 알파벳을 대신 쓰는 남아메리카 '아이마라 부족'이 한글로 자신들의 말을 쓸 수 있게 됐다. 서울대 권재일 언어학과 교수가 이끄는 아이마라어(語) 연구단은 2012년 연구를 시작해 최근 아이마라어에 맞는 한글 자·모음 표기법을 완성했다고 8일 밝혔다. 약 300만명으로 추정되는 아이마라족은 볼리비아, 페루, 칠레 등지에 살고 있다. 에보 모랄레스 현 볼리비아 대통령이 아이마라족 출신이다.
권재일 교수는 "자음(子音)이 많은 아이마라 언어 특성상 한글의 모아쓰기 대신 풀어쓰기(예 : 한→ㅎㅏㄴ)를 하고 한국어에 없는 발음은 새로운 표기법('r' 발음을 'ㄹㄹ'로 표기)을 활용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아이마라어와 한국어의 언어 구조가 비슷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아이마라어는 'ㅂ'과 유사한 발음이 'b(유성음)'와 'p(무성음)' 두 개로 나뉘어 있는 영어나 스페인어보단 한국어의 'ㅂ(유성음)' 'ㅍ(무성음)' 'ㅃ(유기음)' 구조와 더 닮았다고 한다. 또 아이마라어는 '주어+목적어+동사' 순으로 어순(語順)이 한국어와 같고 우리말처럼 접미사를 쓴다.
연구진은 우리말에 없는 자음을 표현하기 위해 새로운 음운 부호를 만들었다. 우리말로는 'ㄱ'에 해당하지만, 목 속 깊은 곳에서 내는 소리가 나는 음(알파벳 발음기호 'q')은 우리말의 'ㅇ'을 빌려 썼다. 알파벳 발음기호 'n'을 구개음화(혓바닥과 센입천장 사이에서 나는 소리)한 음은 'ㄴ' 아래에 '·'을 찍어 새로운 부호를 만들었다.
연구단은 과거 식민 지배를 겪은 아이마라 부족의 외래문화 혐오를 자극할까 우려해 미래창조과학부와 함께 스마트폰용 아이마라어 한글 입력기를 만들어 보급하기로 했다. 기존의 스페인어 입력기와 한글 입력기를 비교할 수 있게 해 한글 표기법의 우수성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문자 없는 ‘300만 남미 부족’ 위한 한글표기법 개발
권재일 서울대 교수 연구단 ‘아이마라어’에 맞게 만들어
경향신문 고영득 기자
지구상에는 많게는 7200개의 언어가 존재하지만 문자가 없는 언어가 절반가량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미 토착부족인 ‘아이마라족’ 역시 고유 문자 없이 생활해왔는데, 이들을 위한 한글표기법이 개발돼 주목받고 있다.
서울대 권재일 언어학과 교수(62·사진)가 이끄는 아이마라어 연구단은 어순이나 문법 등 언어 구조가 우리말과 매우 유사한 아이마라어를 3년여간 연구한 끝에 지난 8월 아이마라어에 맞는 한글 자·모음을 완성했다고 8일 밝혔다.
아이마라족은 지역사회나 가정에서 공영어인 스페인어 대신 아이마라어를 쓰며, 문자가 없어 스페인어를 빌려 표기한다. 약 300만명의 아이마라족이 볼리비아, 페루, 칠레 등지에 살고 있다. 특히 볼리비아에서는 케추아족 다음으로 많은 부족이며 현재 볼리비아 대통령이 이 부족 출신이다.
지난 2월 볼리비아 산안드레스국립대에서 열린 학회에 200여명의 아이마라족이 참석해 한글표기법에 좋은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남미 토착부족인 아이마라족.
하지만 연구단은 홍보 등 무리한 보급은 자제하기로 했다. 로마자에 익숙한 이 부족의 눈에 ‘문화 침략’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지난달부터 인터넷이나 모바일 기기에서 쓸 수 있는 한글입력기 개발에 착수했다.
권 교수는 이날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한글을 직접 써본 그들이 결정할 문제”라며 “그들이 한글 표기를 원한다면 교재 제작 등 적극적으로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이마라어의 한글표기법 개발은 ‘문맹 타파’라는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정신을 세계화한 사례”라고 덧붙였다.
문자 없는 남미 아이마라족 위한 한글표기법 완성
한국일보 김혜영 기자
서울대 권재일 교수 연구팀
"스페인어 표기법 써 온 민족… 문화충돌 오해 소지 없게 접근"
올해 2월 볼리비아 라파스 UMSA대학교 인문교육대학 강당에서 열린 ‘아이마라 민족의 언어와 문화에 대한 한국-볼리비아 공동학술회의’에서 참석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서울대 아이마라어 연구단 제공
고유문자가 없는 남아메리카 토착 민족 아이마라족을 위한 한글표기법이 나왔다.
8일 서울대 아이마라어 연구단에 따르면,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2012~2015년 진행된 현장 조사 및 언어 자료 구축 연구를 토대로 개발한 ‘아이마라어 훈민정음 표기법 시안’이 최근 완성됐다.
인구 약 280만명 규모의 아이마라족은 볼리비아에서 두 번째로 큰 민족으로 볼리비아 서부, 페루 남부, 칠레 북부 지역에 살고 있다. 현 볼리비아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이 민족 출신이다.
아이마라어는 고유 표기법이 없어 스페인어 표기법을 차용해 써왔다. 한국어와 뿌리는 전혀 다르지만 언어 유형론적으로 문법 구조가 매우 비슷한데다, 자음이 ‘ㅂ-ㅃ-ㅍ’처럼 세 쌍을 이루는 특징도 같아, 당초 현지 외교관계자를 중심으로 한글 표기법에 도입에 대한 검토가 이뤄졌고, 보다 구체적인 연구를 학계에 요청한 것을 계기로 연구가 시작됐다. 연구단은 2013~2015년 세 차례에 걸친 현지조사로 아이마라어 음운, 어휘, 문법 구조를 조사 및 분석하는 한편, 아이마라어 훈민정음 표기법 시안을 내놨다.
시안에 따르면 아이마라어 단모음은 모두 한글 모음으로 표현이 가능하며, 장모음은 단 모음을 겹쳐쓰는(‘ㅏㅏ’, ‘ㅜㅜ’)방식으로 표기할 수 있다. 자음은 한글 자음에 음운부호를 덧쓰거나, 자음을 겹쳐쓰는 방식으로 적을 수 있게 했다. 또 자음이 많은 아이마라어의 특징을 감안해 초성, 중성, 종성을 모아쓰지 않고 풀어쓰는 방식을 택했다.
연구단을 이끈 권재일 서울대 언어학과 교수(전 국립국어원장)는 “계통이 전혀 다른 두 언어가 비슷한 구조를 보이는 만큼, 아이마라어 자체를 학문적으로 연구하는데 관심을 두고 접근했다”며 “이미 스페인어 표기법 사용에 익숙한 민족에게 섣불리 훈민정음 표기법을 제안하는 것은 문화충돌, 침략 등의 오해소지가 있는 만큼 우선 최선안을 마련하고 현지 학자들의 검토 의견을 기다릴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연구단은 컴퓨터·모바일 기기에서 한글을 이용해 아이마라어를 입력하는 한글입력기 개발을 위한 후속 연구에 착수했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지원으로 새롭게 진행되는 이 프로젝트는 정보통신(IT)·컴퓨터 언어 전문가들과 함께 아이마라어뿐 아니라 중국어, 찌아찌아어 등 5개 언어의 한글입력기를 공동 개발한다.
권 교수는 “아이마라어의 네 지역 방언의 자료를 바탕으로 구축한 음성 및 영상 데이터베이스를 향후 세계 학계에 제공하는 한편, 두 나라 학자들이 지속적으로 교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자없는 南美부족 위한 한글표기법 탄생
문화일보 박동미 기자
서울대 아이마라어 연구단
개발 착수 3년여만에 완성
인터넷·모바일 기기 관련
한글입력기 후속연구 착수
문자가 없는 남아메리카 토착부족 ‘아이마라부족’을 위한 아이마라어 한글표기법이 나왔다. 권재일(언어학) 서울대 교수가 이끄는 아이마라어 연구단은 아이마라어에 맞는 한글 자·모음을 모두 완성했다고 8일 밝혔다.
2012년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아이마라어 한글표기법 개발에 착수한 지 3년여 만이다.
약 300만 명으로 추정되는 아이마라족은 볼리비아, 페루, 칠레 등지에 살고 있는데, 문자가 없어 스페인어를 빌려 아이마라어를 표기한다.
연구단에 따르면 아이마라어의 어순이나 문법은 한국어와 상당히 비슷해 한글표기법을 적용할 수 있다. 예컨대 ‘B(유성음):P(무성음)’가 2항 대립하는 영어와 달리 우리말은 ‘ㅂ(유성음):ㅍ(무성음):ㅃ(유기음)’이 3항 대립하는 구조인데 아이마라어도 이와 같다. 연구단은 약 2600개의 어휘 항목에 대한 음성자료를 확보해 아이마라어의 음운, 어휘, 문법 구조를 조사했다.
그 결과 단모음은 ‘ㅏ’ ‘ㅜ’ ‘ㅣ’로 모두 표현이 가능했다. 장모음은 단모음을 겹쳐 쓰는(‘ㅏㅏ’ ‘ㅜㅜ’ ‘ㅣㅣ’) 방식으로 해결했다. 자음은 한국어보다 복잡해 새로운 음운부호를 만들었다.
우리말로는 ‘ㄱ’에 해당하지만 목 속 깊은 곳에서 내는 소리가 나는 음(알파벳 발음기호 ‘q’)은 우리말의 ‘ㅇ’을 차용해서 쓰고, ‘r’와 ‘l’처럼 우리보다 세분화된 발음은 ‘ㄹ’과 ‘ㄹㄹ’로 표기하는 방식을 택했다.
연구단은 지난 2월 볼리비아 산안드레스국립대에서 학술회의를 열고 한글표기법을 발표해 호응을 얻었으며 9월부터 인터넷이나 모바일 기기를 위한 아이마라어 한글 입력기를 만드는 후속 연구에 들어갔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지원으로 진행되는 이 프로젝트는 아이마라어뿐 아니라 중국어, 찌아찌아어 등 5개 언어의 한글 입력기를 공동 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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