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 주최하는 올림픽
맞습니다, 맞고요. 올림픽은 나라가 아니라 개별 도시가 주최합니다. 그래서 모두가 동경 올림픽, 런던 올림픽이라고 부르지, 영국 올림픽, 88 올림픽 등으로 말하지는 않습니다. 동아일보 인터뷰 기사(2011. 7. 12)에 인용된 박용성씨의 아래 말 중에서 첫 문단은 지당합니다. "올림픽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된다"는 것도 공자말씀이고요.
○ “올림픽 개최는 나라가 아니라 강원도와 평창이 하는 것”
박 회장은 민주당이 주장하는 남북 공동개최에 대해서는 사실상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올림픽 개최는 나라가 하는 것이 아니고 강원도와 평창이 하는 것”이라며 “어렵게 따온 올림픽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설상 종목의 경기력 향상과 관련해서는 스키의 경우 선수들을 학업과 훈련을 병행할 수 있는 독일의 스키학교로 보내고 여름에는 남반구인 뉴질랜드에서 전지훈련을 시킬 계획을 세웠다. 크로스컨트리 등 팔다리가 긴 선수들에게 유리한 종목은 한국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힘들지만 가능성이 있는 종목 위주로 꿈나무를 많이 기를 방침이다. 또 겨울올림픽으로서는 처음으로 100개국이 참여하는 올림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겨울올림픽에는 통상 70여 개국이 참가해 왔다. 박 회장은 “좋은 올림픽을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박용성씨는 참으로 실없는 사람이네요. 금새 자신의 말을 뒤집고 있네요. 아니, 평창이 무슨 재주로 "스키 선수를 독일로 유학보내고, 꿈나무를 키우며, 100여 개국이 참여하는 올림픽으로 만들 것"입니까? 박용성씨 본인, 혹은 스키 선수와 꿈나무가 평창시민이라도 되나요? 그가 체육회 인사인 것은 알겠고, 대한체육회에서 그렇게 지원하겠다는 표현이라 해도 스스럼 없이 거국적 지원을 주장하네요.
박용성씨가 어떤 사람인가? 여기서 잠깐 살펴 봅시다. 뉴욕 타임즈는 아래와 같이 보도하네요.
그러나 이 신문은 기사 말미에 “한국에서 온 고위급 올림픽 관계자들의 부패가 국제올림픽위원회를 당황하게 했다며 김운용 전 국제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과 이건희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 박용성 한국올림픽위원회 위원장, 조양호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위원장 등의 부패 사항을 연이어 적었다.
이 신문은 “김운용 전 국제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은 횡령죄를 저질러 2005년 부위원장직을 사임했고, 삼성그룹의 회장이면서 올림픽 후원자인 이건희는 탈세를 해 2008년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직을 사퇴했다”고 썼다. 이 신문은 또 “박용성 위원장은 횡령죄로 유죄판결을 받았지만 2007년 사면되었고 조양호 위원장도 탈세를 해 1999년 3년형을 받았지만 120억원 상당의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다”고 전했다. (한겨레 신문 2011. 7. 8)
필자가 읽어보니, 박용성씨는 남 앞에 나서서 국가대사 운운할 사람은 아닌 듯하네요. (자기 회사나 잘 챙기고, 동생을 죽음으로 내몰지나 말지. 중앙대학교는 또 어떻고...... 나 같으면 쥐구멍이라도 찾겠다. --- 광수 생각.) 그리고 이명박 정부가 내세우는 "공정한 사회"가 얼마나 공허한 구호인지도 알겠습니다. 다만, 그런 일들은 여기서는 곁가지이니까 더 이상의 언급은 생략합니다.
그렇습니다. 올림픽은 하계이건 동계이건 도시 단위로 개최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 까닭에 대한민국처럼 정부가 나서서 진두지휘하거나 거액의 예산을 투입하지 않습니다. 오바마, 메르켈, 사르코지가 보여 준 것처럼, 나라의 수반은 말로써 지원할 뿐입니다. 대통령은 그야말로 정치적 제스처만 취합니다.
도시가 주최하니 손익계산도 당연히 그 단위로 시행합니다. 올림픽을 개최해서 이익을 남긴 도시는 LA가 잘 알려져 있고, "사상 최악의 올림픽" 아틀란타도 아마 흑자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올림픽을 개최해서 돈을 남기는 방법을 LA와 아틀란타가 가르쳐 줍니다. 우리의 "성공적 개최"와는 정반대로 "사상 최악적 개최"가 바로 그 흑자의 비결입니다. 도로나 경기장을 새로 만들지 않고, 시민을 괴롭히지도 않으며, 그저 일과성 행사로 조용히 검소하게 치르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남 모르게 광고수입을 챙기고 로고의 로얄티를 받습니다. 그 방법 밖에는 흑자로 만들 길이 없습니다. (미국은 올림픽이나 월드컵을 개최할 때에 경기장 하나 새로 짓지 않습니다. 월드컵의 경우에 미식 축구장의 그림만 바꾸어 얼렁뚱땅 일반 축구장으로 만들었습니다. 우리처럼 텅텅 비워 둘 축구장을 10개씩이나 만드는 그런 바보짓은 하지 않습니다.)
한국의 언론은 외국의 올림픽 실패 사례를 많이 인용합니다. 몬트리얼, 시드니, 아테네, 밴쿠버, 나가노, 토리노 등등. 그러면서 한국의 경우는 모두 "성공적 개최"라고 우깁니다. 그럴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실패사례로 거명되는 도시 중에 하부구조 측면에서 서울이나 평창보다 올림픽 개최를 위한 사전준비가 덜된 경우는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한국보다 더 성대하게 올림픽을 치른 나라 또한 없었습니다. 아울러 경기시간대가 서구의 활동시간과 정반대가 되는 사정으로 한국의 광고수입은 언제나 최소가 되게 마련입니다. 그런저런 형편에 한국이 무슨 요술 방망이를 가지고 있습니까? 남들이 다 적자인 것을 흑자 올림픽으로 만들어 내게...
사실은 계산을 조작해서 흑자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한국의 경우는 도로와 경기장 건축비를 국가가 부담하니까, 도시 단위로 보면 마치 돈이 남는 것처럼 보일 뿐입니다. KDI 같은 국책 연구소는 "도로와 경기장을 닦는 것은 경제적 유발효과가 생기니까 걱정할 필요없다"고 말하면서 태연합니다. 한 마디로 말해서, 그것은 국민을 속이는 논리입니다. "경제적 유발효과" 운운은 케인즈 경제학에서 나온 것으로, 민간수요가 부족하여 불황이 발생할 때에 필요한 응급 재정지출에나 해당됩니다.
아니, 대한민국이 지금 민간수요가 부족하여 불황을 겪고 있습니까? 중소기업에 물어 보세요. 사업확장을 위해서 투자를 하려도 돈이 없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나라를 놓고 볼 때에 투자수요가 부족합니까, 투자재원이 부족합니까? 이른바 IMF사태를 제외하면, 유사 이래로 대한민국이 수요부족으로 불황에 빠진 적이 있습니까? 경제적 유발효과를 위한 스포츠 행사라니, 서천소가 웃을 일입니다. (경제학 용어에 "구축효과"라는 것이 있는데 중소기업의 투자재원을 경기장 구축에 뺐기는 현상을 말합니다.)
설사 불황이라 칩시다. 케인즈가 분명히 말했습니다: "경제적 유발효과가 필요할 때에는 여기에 구덩이를 팠다가 도로 묻어라." Dig a ditch and fill it back. And you have created jobs." 그렇게 간단한 방법이 있음에도 대한민국에서는 어찌 대통령이 최고경영자들을 떼거리로 이끌고 멀리 날아가서 1주일 씩이나 PT 연습에 몰두해야 합니까?
(그거 아시나요? 케인즈의 조언에 따른다면 임야가 대지로 형질변경되기 때문에 엄청난 부가가치, 즉 "경제적 유발효과"가 생긴다는 점을.... 스키장에 비할 바가 아니지요.)
나이가 솔찬이 든 필자는 어릴 적에 "재건(再建), 재건, 만나면 인사..... 혁명공화국 이루자"라는 노래를 줄창 부르고 다녔습니다. (그것은 박정희 소장의 지시였습니다.) 한창 활동할 나이인 1980년대 내내 "86-88" 혹은 "성공적 올림픽 개최"를 주문으로 외웠습니다. (전두환 소장의 지시로 시작됐고, 그리하여 그 당시에 "86-88"은 자유통행권/ free pass 였습니다.) 은퇴를 앞둔 이제, 앞으로 근 10년간 "성공적 올림픽.... 스키공화국 이루자"를 귀에 못박히게 들을 것을 예상하니 정말 끔직합니다. (세 분의 대통령이 그렇게 지시하겠지요. 혹시 음주운전 단속에 걸렸을 때에 "평창 올림픽 때문"이라고 말해 보세요. 아마 풀어 줄 겁니다.)
그런데 곰곰 생각하면 참으로 이상합니다. 왜, 대한민국은 서민의 일상생활은 아랑곳하지 않고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행사에 중독되어 있는지...... 사실, 여러분이나 나나 가장 먼저 필요로 하는 것은 일상생활의 안온함이지, 외국인을 위한 잔치 혹은 체육 엘리트의 군면제를 위한 스포츠 이벤트가 아닙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 볼까요. 필자는 김포에서 수원으로 가는 외곽순환도로를 자주 이용합니다. 그 도로는 "중동에서 장수까지의" 병목현상 때문에 저속도로가 됐습니다. 그런 현상이 10년 이상 계속되는데 그 원인은 실로 간단합니다. 장수 나들목의 정체가 바로 그것입니다.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할 인천시장은 아시아경기대회에 정신이 팔려 있습니다. 아무런 영양가도 없는 그런 대회를 개최할 돈의 1/100, 그 정성의 1/1000만 기울여도 병목현상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인천시는, 그리고 대한민국 정부는 도대체 누구를 위해 존재합니까? (여기서는 점잖게 말해도 운전할 때는 쌍욕을 합니다.)
The following is from The New York Times: (모양새 하고는.... 마치 초등학생들 같으네.)
Yet, corruption involving high-ranking Olympic officials from South Korea has also brought embarrassment to the I.O.C. Kim Un-yong, a former I.O.C. vice president, resigned in 2005 after being convicted of embezzlement. Lee Kun-hee, the chairman of Samsung, an Olympic sponsor, relinquished his duties as an I.O.C. delegate in 2008 and was convicted of tax evasion; he was later pardoned and resumed his role with the I.O.C. last year.
Park, the head of South Korea’s Olympic Committee, was convicted of embezzlement but pardoned in 2007. Cho, the chairman of Pyeongchang’s bid committee and of Korean Air, was charged with tax evasion in 1999 and given a three-year prison term, but settled with the government for $12 million.
The news of Pyeongchang’s victory came near midnight in South Korea. In the resort, villagers danced and waved national and Olympic flags.
“This is a victory for the people of South Korea,” Lee, the country’s president, said from Durb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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