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나라당 정몽준 신임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 가실에서 가진 취임 기자회견에서 재벌 출신 당대표라는 일각의 우려에 대한 질문에, 6.25 전쟁 피난시절 찍은 가족사진을 꺼내 보이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 뉴시스
첫날 10개 일정 소화
정몽준 신임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은 8일 취임기자회견 도중 두 장의 흑백 사진을 꺼내 들었다. "정부가 서민행보를 이어가고 있는데, 정 대표가 재벌 출신이라는 점이 마이너스가 되지 않겠느냐"는 질문을 받은 직후였다. 한 장은 6·25전쟁 때 부산으로 피란가 서울로 올라오기 전에 온 가족이 모여서 찍은 기념사진이고, 또 한 장은 그 얼마 뒤 서울에서 찍은 사진이라고 정 대표는 설명했다.그는 "어려웠던 이 시절에 가졌던 마음을 항상 간직하고, 평범한 가정이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자신이 극복해야 할 이미지인 '재벌' 얘기가 나올 것을 예상하고 미리 준비한 '이벤트'를 벌인 것이다.
정 대표는 당내 친이·친박간 갈등을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앞으로 한나라당이 계속 발전하려면 좀 더 개방적인 자세, 분위기로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역사적으로 성공하는 조직은 전부 개방과 관용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며 "정당 안에 칸막이가 있으면 바깥으로부터 산소 공급도 잘 안 된다. 당이 변화해야 한다"고도 했다. 2007년 12월 혈혈단신 한나라당에 들어와 1년9개월 동안 느꼈던 '설움'이 녹아 있는 답변이라는 평가다.
정 대표는 이날 취임 첫날부터 '재산가' '비주류' 등의 꼬리표를 의식한 듯, 당 안팎으로 분주하게 움직였다. 국립현충원을 참배하기 전, 아침 7시에 노량진 수산시장을 방문한 것부터가 이례적이었다. '민생'을 내세운 '탈(脫) 부자' 행보로 보여졌다. 정 대표는 시장에서 고등어의 갈라진 배를 열어보며 "싱싱하고 아주 좋다"고 4만원어치를 구입했고, 홍합도 직접 담았다.
이후 국립현충원에 도착한 정 대표는 기다리고 있던 안상수 원내대표, 공성진 허태열 박순자 송광호 최고위원, 장광근 사무총장, 김성조 정책위의장, 김영선 심재철 전여옥 홍정욱 의원 등 30여명의 의원과 함께 참배했다. 방명록에는 나라가 위태로울 때는 자신의 목숨까지 바친다는 한자성어 '見危授命(견위수명)'을 적었다.
정 대표는 이후 김형오 국회의장을 예방하고,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 박형준 청와대 정무수석을 각각 만나는 등 이날 하루에만 모두 10개의 공식 일정을 소화했다.
■ 대표 비서실장 정양석 의원, 공동 대변인에 조해진 의원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는 8일 새 대표비서실장에 정양석(鄭亮碩·51·서울 강북갑) 의원, 새 공동 대변인에 조해진(曺海珍·46·경남 밀양창녕) 의원을 임명했다. 조윤선(趙允旋·43·비례대표) 공동 대변인은 유임됐다.
정 신임 비서실장은 당 기획조정국장과 수석부대변인 등을 거쳤으며, 조 신임 대변인은 당 부대변인·서울시장 비서관 등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