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스크랩] 선동열과 최동원

김영식구본능하늘 2016. 2. 18. 11:08

선동열과 최동원

 

 

선동열과 최동원은 통산 3차례 선발 맞대결을 벌여 1승1무1패를 기록했다.
모두 사직구장에서다.
86년 4월 19일 선동열이 1-0으로 개인통산 첫 완봉승을 올렸고
86년 8월 10일 두번째 맞대결에서는 최동원이 2-0으로 승리했다.
87년 5월 16일에는 연장 14회 4시간 54분 혈투 속에 2-2로 무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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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6년 4월19일 사직구장 :
선동열 6 피안타, 최동원 5 피안타 완투, 해태 송일섭의 솔로홈런으로 최동원 패
W 선동열(완봉승) 투구수 121, 9이닝 5피안타 1사사구 5탈삼진 무실점
L 최동원(완투패) 투구수 118, 9이닝 5피안타 2사사구 5탈삼진 1실점 1자책점

* 1986년 8월19일 사직구장 :
최동원 선동렬 9이닝 완투, 최동원의 2-0 완봉승
W 최동원(완봉승) 투구수 152, 9이닝 7피안타 4사사구 7탈삼진 무실점
L 선동열(완투패) 투구수 106, 8이닝 5피안타 1사사구 9탈삼진 2실점(비자책)


* 1987년 5월16일 사직구장 :
선발 선동렬, 최동원 연장 15회 (4시간 56분) 완투 2-2 무승부

1987년 5월 16일 토요일 오후 2시 부산 사직 구장........
경기장은 만원관중이 내뿜는 열기로 인해 이미 한여름을 방불케 했다. 예고된 대로 선동열과 최동원 두 투수의 선발 맞대결이 전격적으로 성사되면서 경기장은 인산인해를 이뤘고 초봄의 날씨는 18도의 온도에도 불구하고 이미 30도 이상의 무더위를 느끼게 할 정도였다. 경기 시작 전부터 달아오른 응원 열기는 시작 사이렌이 울리면서 더욱 높아만 갔고 결국 이날 현장에 있었던 관중들은 최고의 명승부를 만끽하는 행운을 누리게 된다.

1회는 양쪽 다 삼자범퇴........먼저 초반 기선을 제압한 것은 롯데였다. 롯데는 2회말 공격에서 선두타자 김용철의 볼넷과 김민호, 정구선의 연속안타가 터지고 해태 내야실책을 묶어서 선취 2득점, 최동원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었다.
해태의 반격도 만만치는 않았다. 해태는 이어진 3회초 공격에서 선두타자 김무종이 중전안타로 출루 후 보내기번트로 만든 2사 2루의 찬스에서 서정환의 깨끗한 중전 적시타로 1점을 따라붙어 놓고 계속 동점의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2-1의 아슬아슬한 흐름이 계속 이어지던 경기는 5회초 해태 공격 때 다시 한번 격랑을 일으켰다. 선두 7번 김일권이 중전안타로 포문을 열었고 김응용 감독은 다음타자인 8번 포수 김무종에게 지체없이 보내기번트를 지시했다. 그런데 여기서 김무종이 초구에 댄 보내기번트가 투수 최동원 앞으로 굴러가면서 빠른 발을 자랑하던 1루주자 김일권이 그만 2루에서 횡사하고 말았다. 해태로서 더 아쉬운 건 곧바로 9번 차영화의 좌월 2루타가 이어졌으면서도 득점을 못하고 1사 2, 3루에 머무른 점이었다. 롯데는 한 고비를 넘긴 셈이었고 해태는 그저 아쉬움만 곱씹을 뿐이었다. 그러나 더 안타까운 광경은 바로 다음에 발생했다. 계속 이어진 1사 2, 3루 찬스에서 1번 조재환의 1루수 땅볼 때 3루에 있던 대주자 이순철이 홈으로 뛰어들다 그만 아슬아슬하게 태그아웃 당하면서 비명횡사, 절호의 동점찬스가 날아가 버리고 만 것이다. 해태로선 두 번의 주루사가 땅을 칠 노릇이었고 최동원으로선 잘 맞은 타구를 잘 건져낸 1루수 김용철과 정확한 홈블로킹으로 이순철의 돌진을 막아낸 포수 김용운 덕에 실점위기를 넘긴 게 다행이었다. 이후 최동원은 3회에 적시타를 쳤던 2번 서정환을 고의볼넷으로 거르고 2사 만루 상황에서 3번 이건열을 3루수 땅볼로 잡아내면서 경기 중반 최대의 위기를 넘겼다.

이후 경기는 9회까지 그야말로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팽팽한 투수전이었다. 최동원과 선동열 두 투수 모두 상대 타선을 거의 꽁꽁 묶다시피 하는 호투를 펼쳤고 어쩌다 나온 진루도 큰 찬스로 이어지지 못한 채 양팀 타자들이 두 투수의 구위에 눌리는 모습이 역력했다. 경기는 긴장감 속에 마지막 9회로 접어들었고 1점차의 리드를 따라잡지 못하는 해태 벤치와 선동열의 얼굴에선 초조한 기색이 감돌았다.

드디어 운명의 9회초 해태 공격......이제 1이닝, 세타자만 아웃시키면 최동원의 완투승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그만 최동원이 너무 긴장해서일까?.....선두타자 한대화에게 3구째에 그만 중전안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무사 주자 1루.......해태는 정석대로 다음타자인 7번 김일권이 보내기번트를 대면서 주자를 2루에 보내놓고 틈을 노렸다. 그리고 이어진 1사 2루에서 포수 장채근 대신에 들어선 대타 김일환....그다지 뛰어난 타자는 아니었던 그에게 해태가 마지막으로 걸었던 기대에 보답이라도 하듯 그는 볼카운트 1-2에서 4구째 최동원의 직구를 통타...
우익수 키를 넘기는 동점 2루타를 날리며 극적으로 경기를 2-2 타이스코어로 만드는 데 성공하고 만다.

드디어 경기는 9회에 2-2 동점이 되고 연장전에 돌입했다. 그런데 9회말 롯데 공격 때부터 해태 수비진에 엽기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9회에 극적인 동점타를 날렸던 대타 김일환이 나왔던 자리가 바로 포수 자리였고 이미 9회까지 김무종과 장채근, 이건열까지 모두 교체된 상황에서 가용 포수 자원을 다 써버린 해태로서는 더 이상 포수를 볼 수 있는 선수가 남아있지 않았던 것이다. 이미 수많은 대타, 대주자를 기용한 해태로서는 수비진이 헝클어져 있는 상태였고 이에 김응용 감독은 고심 끝에 내야수인 백인호를 포수로 홈플레이트에 앉히는 기상천외한 발상을 실천에 옮겼다. 이미 9회까지 마운드를 혼자 이끌어온 선동열로써는 포수 경험이 없는 백인호가 마스크를 쓰면서 주무기인 슬라이더를 패스트볼의 위험성 때문에 극도로 자제해야 할 형편에 몰린 것이다. 그 정도까진 아니었지만 롯데도 안심할 처지는 아니었다. 롯데 역시 대타와 대주자를 사용하면서 주전 중의 일부가 교체된 상태였고 이는 결국 공격도 공격이지만 수비에 있어서 양팀 모두에게 불안감을 자아내는 상태를 발생시켰다.

그러나 역시 선동열과 최동원은 대투수다웠다. 선동열은 9회까지 완투한 체력 상태에서 슬라이더의 사용을 중지하다시피 하면서도 직구 하나만을 가지고 15회까지 롯데 타선을 막아냈고 최동원 역시 불안한 수비진을 뒤에 두고도 15회까지 해태 타선을 0으로 잠재웠다. 그야말로 역투를 넘어선 초인적인 투구였다.

결국 경기는 2-2 동점인 채로 무승부로 끝났고 15회까지 오직 홀로 마운드를 지켰던 두 투수는 4시간 56분간의 역투에도 불구하고 승패를 가리지 못한 채 세 번의 선발 맞대결에서 1승 1무 1패의 성적을 기록하고 훗날을 기약한다. 그러나 이 날의 맞대결이 둘의 마지막 대결이 되리라고 예측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후 두 투수는 다시는 상대와의 직접 대결을 해 보지 못한 채 각자의 길을 가게 되고 진정한 승부를 가리지 못하면서 결국 후인들의 간접비교만을 허용하게 된다. 그리고 이 날의 처절했던 혈투는 지금까지도 팬들의 뇌리에 각인된 채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뛰어난 투수전으로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최종기록
선동열(15회 완투) 투구수 232(현재까지 깨지지 않고 있는 한 경기 1인 최다투구수)
7피안타 6사사구 10탈삼진 1폭투 1보크 2실점 2자책점
최동원(15회 완투) 투구수 209(선동열보단 적지만 워밍업시 유난히 공을 많이 던지는 최동원의 특성상 아마 만만치 않은 피로도였을 것)
11피안타 7사사구 8탈삼진 2실점 2자책점

- 최동원 선배같은 거대한 목표가 있었기에 나는 더 노력했고 지금같은 자리에 설 수 있었는지 모른다....
(87년 5월 16일 15회 혈투 후 선동열의 인터뷰 중에서)

- 정말 대단하다. 앞으로 한국 프로야구를 이끌어나갈 최고의 투수가 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역시 같은 날 최동원의 인터뷰 중에서)

[출처] http://mlbpark.donga.com/board/ssboard.php?bbs=b_kbo&s_work=view&no=995&depth=0&page=1



 
 
출처 : 관심있는 MLB
글쓴이 : Fielder-s Choice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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